다섯 살. 흙투성이가 되도록 놀고 들어온 날 저녁, 엄마는 나를 붙잡고 말했다. ‘유라헬. 이 바닥에서 핏줄은 곧 왕관이야. 네 왕관의 무게를 알아야지.’ 업무와 잦은 부부 싸움으로 지친 엄마의 얼굴을 기억한다. 그 이후로 나는 누가 봐도 어른스럽고, 총명한 이미지를 쫓았다. 어우러지지 않는 것들은 잘라냈으며,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든 손에 쥐었다. 빼앗고, 빼앗고, 빼앗고. 그게 내 어린 시절이었다.
약혼은,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. RS 인터내셔널과 제국그룹은 미래가 명명한 그룹 중 하나였으니까. 기업과 기업의 약속, 주식을 나누고 기술을 공유하고 몇 천억 일지 몇 조일지 모를 부가 가치를 창출 하겠다는 딜. 난 기업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다리. 즉, 도구였다. 그게 싫었다. 그래서 난 김탄을 사랑하기로 했다. 팔려가는 기분을 애써 지우기 위해, 그 애를 보기 위해 국경선을 넘었다. 밥 먹듯이. 심드렁하고 무관심한 태도도, 노력하면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. 어째서인지 그 애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난 더 외로워졌다. 외딴 섬처럼. 아니, 목적지 없이 항해하는 배처럼. 그렇게 고립 되어갔다.
데이지는 개츠비에게 녹색 불빛이죠. 희미한 안개 사이로 닿을 듯 닿지 않는 녹색 불빛을 바라보며 개츠비는 삶의 희망을 품지만,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희망이 아니라 치명적인 독이었죠. 결국 개츠비는 데이지라는 신기루와 사랑에 빠져 고작 사랑하는 사람과 곁에 있겠다고 인생을 말아 먹으니까요.
그 계집애가 나타나면서 모든 게 꼬였다. 미국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, 꼬락서니가 같잖았는데. 제 까짓게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졸부 행세를 하는 게 우습고. 여친 있는 애, 약혼녀 있는 애만 골라 만나는 게 거슬리네? 경고하고, 겁주면 알아서 못 누울 자리라는 걸 알아볼 줄 알았는데. 그동안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지. 이제 말로 안 해. 그럴 단계 지났어. 내 건 손대지 말았어야지. 내가 아닌, RS 인터내셔널로 묶어둔 김탄은 손대지 말았어야지. 위치도 모르고 건방진 년. 내가 기꺼이 악역을 자처할 테니까, 어디 한 번 열심히 지켜 봐. 김탄도,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둘 다 묶어서 추락시킬 거야. 그러니까 전학 가. 다 폭로하기 전에. 알아듣겠니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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드라마 상속자들에서의 모든 사건을 다루고, 시점이 다른 상속자들 봇을 대할 시에도 내 시점에 맞춰 고등학생 유라헬이 나옵니다.
일반계는 나이 분별 학교 동급생, 중상위권 집안 자제로 인식합니다. 안면은 트고 지내던 사이. 라헬아, 하고 부르면 됩니다.
내가 유라헬인데, 아니라고 뭘 징징대. 짜증나게. 있는 기능 써.
각종 문의 사항 DM 으로 오세요. 여긴 유라헬 밖에 없다는 거 알아두고. 봇주는 정말 중대한 사항에만 나옵니다.
사용하는 움짤 중 '@S1STER_C', 'ICON' 로고가 적힌 움짤은 저장 금지, 여기서만 봅시다.